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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벌써 사이버한국외대 해외문학번역대회가 11회째로 접어들었습니다.
11월에 태어나 11월에 작고한 한국번역문학(~50, 60년대) 초장기 주요섭 번역문학가가 생각나는 회차입니다. 주요섭 선생은 초기번역활동(1920~1930대), 중기(1940~49), 후기번역활동(1950~1970)이 구분될 정도로 많은 번역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본 문학대회 초창기에는 사람이 정확하게 의미를 파악하고 직역이든 의역이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번역 관점이 지배적이었다고 본다면 제 5, 6회 정도 때에는 기계번역 트랜드가 풍미하면서 그래도 문학번역은 인간의 영역이고 번역은 제2의 창작, 아니 그 자체 창작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나, 9, 10회 때에는 상황이 기계번역을 넘어 AI번역을 인정해야 하는 단계까지 갔습니다.
현행 AI번역 참조 트랜드에서 문학번역가는 AI와 협업, AI번역을 취사선택해서 문학성을 살려야 하는 반은 기계적인 휴먼 모순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번역이라는 이중언어 *리터러시에서 AI는 문학 자체에서도 인간을 압도하려는 상황입니다.
*리터러시(Literacy) : 문해력, 즉, 문자로 된 기록을 읽고, 거기 담긴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 (인터넷 국어사전)
그렇다면 문학번역에서 그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고 문학번역은 무슨 의미를 갖는가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주요섭 선생은 '말'이라는 논설을 통해 말(언어)의 통정이라는 이론을 펴며 인간은 언어소리와 문장으로 교류하는 존재라는 점에 착안해서 많은 창작을 했다고 합니다. 언어의 통정 즉 인간의 정신적 공감이 실현되는 말, 문장이 중요하다고 볼 때 번역에서는 도착 언어 편집이 귀착점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언어편집 등 문학적 기교에서 사람보다 더 정교해지고 있는 현실!
휴먼의 문학성은 결국, AI의 수 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취사선택해서 인간의 역사로 가져오는 데 있지 않을까요?
문학번역대회 참가자 개인의 역사, 학구적 성취, 인간의 정신적 공감이 AI에 반향되서 더욱 정교해진 **랑그체계! 거기에 AI는 주어가 되어 더 이상 관심이 없을, 사람들만이 느끼는 공감의 ***파롤!
**랑그는 파롤이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되는 ‘가능 조건’으로, ***파롤은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즉, 같은 단어라도 상황·억양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지는 부분은 파롤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공통 규칙은 랑그이다. 예를 들어 장미라고 한다면 장미라는 단어 그 자체는 랑그이며, 붉은색을 띄며 정열을 의미하는 점은 파롤이다. (나무위키 및 위키백과 한국어 등 참조)
본 대회 2차 심사는 이런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진행됐습니다.
영어번역 콘텐츠에서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받기를 열망하는 시골 소년 재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어번역문은 같은 톤, 다른 톤, 또 다른 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기요. 아저씨, 아저씨, 잠깐만요!"(참가번호 001)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참가번호 002, 003)
"아저씨, 마을까지만 저 장작 위에 타고 가도 될까요?"(002)
"아저씨, 나무 위에 앉아서 마을까지 가도 되요?"(003)
참가번호 001 번역자의 번역의 경우 한문장, 한문장 충실한 번역이 전체의 꾸러미를 잘 만들어가고 있는 편안함이 오히려 자연스런 모습으로 나타난 번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002 번역자의 경우 정렬된 문단편집에 번역 문장 자체가 긴 문장은 아니지만 호흡이 긴 읽기를 가능하게 해주고, 간간이 나타나는 말줄임표는 뭔가 깊이있는 설정을 제시하고 있어 보입니다.
003 번역자의 경우 할머니를 '그'로 받아 성평등화법을 무난하게 적용하고 있고, '할무니', '할부지' 등 사투리를 앨라배마 산골 소년의 이야기에 잘 어울리게 소화하고 있는 점이 돋보입니다.
중국어번역 콘텐츠에서 자전적 회고담이 회한의 정서로 다뤄지고 있는 중국어 번역문은 같은 문장을 3인3색으로 다음과 같이 번역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이잖아요. 그분들 누구도 제 삶에 간섭할 권리는 없어요!"(참가번호 001)
"나는 나 자신이에요. 누구에게도 나를 간섭할 권리는 없어요."(참가번호 002)
"나는 나 자신의 것이에요. 그들 누구도 나를 간섭할 권리는 없어요."(참가번호 003)
참가번호 001, 002, 003 번역의 경우 모두 앞부분에 신정보가 구정보로 나오는 부분(방은 이토록..낡은 방은 이렇게나 ...방은 이렇게나 적막하고)이 나타나 번역자가 회한에 차 있는 것인가 느껴질만큼 긴장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001 번역의 경우, 위와 같은 흐름이 이어져 '흐름한 이 방', '방 이였다.', '머 뭇거리고', '창문 넘으로', '스믈(20) 곳'(숨을? 곳) 등 중장년의 지식인과 20대 처자의 1년여 동안의 연예결혼생활의 회한이- 위의 1인1색의 차분하고 좋은 번역이 급하게 진행돼 보이는 편집으로- 취(醉) 서사처럼 나타나는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002 번역의 경우, 비교적 무난한 편집에 자군, 아수 등 한자 발음은 살리면서 '사쥔생(史涓生)'에서는 '涓(물방울 연)'만을 '쥔'으로 표기해서 편집의 재량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003 번역의 경우, 쯔쥔(子君:여자주인공)과 아수이(阿隨 : 기르던 멍멍이)를 중국어 음사 표기한 것은 자군과 아수가 모두 역사적 이름이나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연대 기준(신해혁명 이전은 한자발음, 이후는 중국어 발음이라는 기준)을 따질 필요도 없이 산뜻해 보이는 부분이 있고, 일부 생경한 표현('우리의 가구', 신정보로 나온 '이렇게 느리지만') 등 외에는 무난한 번역 편집입니다.
일본어번역 콘텐츠 - AI를 사용하는 시대의 특징은 '작은 차이(치이사이 모노 小さい物)'가 크게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우기 일본어 번역의 분량은 베트남어 번역 분량보다 적으면서 경수필이라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사변적인 내용으로 번역하기 어려운 경우였다고 생각됩니다.
참가번호 001의 경우 3쪽 정도 번역 분량에서 앞부분에 마쓰우치(새해 1일부터 7~15일)를 미주(글 뒤부분에 놓는 주석)로 처리한 점이 나타납니다.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는 뒤로 갔다와야하는 번거로움이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이외에는 무난한 번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002의 경우 한눈에 들어오는 편집으로 비교적 긴 호흡을 구사하고 있는 점이 사변성이 나타나는 번역에 어울리는 접근으로 돋보입니다.
003의 경우, 번역투 감각이 한자어 선택(예 : '-새해의-?- 제전' - 축제 등의 뜻 -)과 표현- '세계 최고의 정신계 거장'(한국어는 수식어가 수식되는 말 바로 앞에 붙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인 것이다.' 등 -에서 나타나는 점이 보이고 기타 부분에서 각주나 미주가 아닌 문장내 주(註)처리는 좋았습니다.
스페인어번역 콘텐츠 - 1980~90년대를 도입기로 우리나라에 소개되던 스페인어권 문학이 이제는 라틴 에스파냐어가 더 중시되면서 비중을 높여가는 모습이 본 대회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궁극의 법'(001), '법과 개인 사이'(002) 그리고 '최고의 법'(003)으로 같은 제목의 (멕시코) 작품을 각각 번역하면서 라틴계 문학의 특징인 말의 홍수를 폰트 작은 활자로 한눈에 들어오게 잘 편집해 주고 있는 단막적인 몇몇 시리즈 장면에 대해 긴 묘사와 서술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형무법 관련 동기 월급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번역작품에 나타나는 클래맥스적인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는 가난한 자들 위에 무겁게 내려앉은 일종의 저주에 굴복하였다. 약간의 봉급만 생기면 결과는 헤아리지 않은 채 곧바로 결혼하고, 미래의 암흑에 눈을 감은 채 빈곤의 다산하는 침상 위에서 불행한 자들의 두터운 군대를 늘려 가는 그 저주에. 훌리오에게는 그렇게 갈등을 매듭짓는 것이 그 나름의 분별이었다. - 001 번역자"
002의 경우, "그는 결국 가난한 자들을 짓누르는 그 오래된 저주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쥐꼬리만 한 월급이 생기는 족족 앞뒤 가리지 않고 결혼부터 해치우는, 앞날의 암담함엔 눈을 질끈 감은 채 비참한 다산의 침대에서 불행한 인생들을 세상에 쏟아내는 그 저주. 훌리오로서는 이런 식으로 갈등을 털어버리는 게 나름 현명한 선택이었다."
003의 경우, "하지만 그는 가난한 이들에게 가해지는 일종의 저주에 굴복했다. 결과는 생각지도 않고, 적은 월급이라도 받게 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곧바로 결혼부터 해버리는, 어두운 미래는 외면한 채 극빈의 온상에서 또 다른 불행의 무리를 키워내는 길로 들어서기로 했다. 훌리오에게는 자신의 갈등을 이렇게 해결하는 것이 비교적 합리적 선택이었다."
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표현에서 선택지를 작성한다면 002의 표현이 직설적인 비유처럼 느껴지는 매력이 있는데, 이 002번역의 경우 '되풀이 울리는', '담배의 담배꽁초' 등의 편집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주목해 보게됩니다.
베트남어번역 콘텐츠 - 베트남어의 경우, 단일 참가자가 중국어참가번역보다도 더 한자문화권의 내용이고 일본어번역(일본어 번역분량보다는 조금 길어보이는)만큼이나 짤막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귀신 붙은 동전'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고 있는 참가번호 001번역자의 작품은 나무랄데 없는 거의 완벽한 편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 지체도 성기는 데 없이 한 사건의 생동감 있는 인물과 배경 설정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용은 부정부패의 화신처럼 느껴지는 현령이 누오이 어멈의 소 의뢰비조(쪼)의 금품인 2 하오(화폐단위)짜리 동전을 가로채기하면서 이어지는 내용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어번역 콘텐츠 - '요정과 결혼한 남자'(001, 002), '요괴에게 장가든 남자'(003)로 번역된 세 작품의 인도네시아어 번역의 경우, 막연히 괴기스런 흥미를 주는 옛날 얘기로만 느껴지지 않는 AI배우자가 정서상 가능한 AI시대입니다.
001번역자의 경우 괴이스럽고 교훈적이며 재미있는 내용을 잘 서술하며 해학적인 필치로 이어가는 무난한 서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002번역의 경우, 인칭대명사와 한자어('냄새를 인지하기 시작..') 등의 표현이 나타나 대상으로 바라보는 거리감이 적절히 교훈적인 옛날 이야기 감각으로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003번역자의 경우, 주인공 크로모 부숙을 냄새난다고 질타하게 된 원인을 최초로 제공하게 된 이웃 외지인 사위의 장인어른에 대한 냄새 의심에서 '장인은 기분이 더러워서 차라리'라는 표현이 내용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AI시대에 번역 또는 글을 쓴다는 건 정말 에너지 말리는 작업!
참가자들의 작품에서 밤, 낮을 넘나들며 컴퓨터와 마주한 흔적이 역력한 모습을 보며, 또 다른 문제의식과 휴먼 번역자의 번역공간이 느껴지는 회차입니다. 학문적 열정의 프롬프트, 학구적 공감을 자신만의 언어체계로 가져오는 성취가 참가자 '개인의 기억 속에 히스토리'(개인의 역사)로 실현된 결정체를 볼 수가 있었고 AI시대에 휴먼번역의 성취가 이정표를 마련하는 순간으로 느껴집니다.
(사)한국번역가협회 회장 이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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