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더 글로리 공식 2차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난 왕자가 아니라 나랑 같이 칼춤 춰줄 망나니가 필요하거든요.”
악랄한 괴롭힘 끝에 학교를 자퇴한 후로부터
동은의 하루하루는 복수를 향한 길이었습니다.
성인이 된 동은은 복수를 위한 도구로 바둑을 배우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여정과 만나게 되는데요.
마음을 고백하는 여정에게 동은은 이렇게 말합니다.
“난 왕자가 아니라 나랑 같이 칼춤 춰줄 망나니가 필요하거든요.”
구원자는 필요없다는 피폐한 동은의 내면을 잘 드러내는 대사네요.
이 느낌을 언어권별로는 어떻게 살려 표현할 수 있을까요?
(영어)
I don’t need a prince; I need someone to accompany me in the sword dance.
목을 베는 사람, 망나니에 대응하는 직접적인 단어를 쓰기보다는
조금 완곡하게 표현해볼까요?
accompany(동반하다, 동행하다의 의미)라는 단어를 쓰면
복수의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살아나는 표현이 되겠습니다.
(중국어)
我需要的不是什么高贵的王子,而是一个能与我一起挥剑起舞的刽子手。
“내가 필요로 하는 건 고귀한 왕자님이 아니라, 나와 함께 칼춤을 춰줄 망나니예요.”
‘망나니’에 해당하는 중국어 단어로 ‘刽子手’를 쓸 수 있습니다.
회자(刽子)는 망나니가 사형을 집행할 때 사용하는 칼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일본어)
王子様じゃなくて私と一緒に剣舞を踊ってくれる暴れん坊が必要なの私は。
칼춤은 일본어로 검무(剣舞)라는 한자어로 표현을 합니다.
‘망나니’에 해당하는 일본어로는
난폭자라는 의미를 가진 ‘暴れん坊’를 쓸 수 있겠습니다.
(스페인어)
Lo que necesito no es un príncipe azul, sino un verdugo que se una a mi ejecución brutal.
“난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 잔혹한 처형을 집행하는 데 함께 할 망나니가 필요하거든요.”
스페인에서는 2차대전 이전까지 공개처형이 빈번했고,
사형을 집행하는 일은 가족이 대물림을 받아왔다고 하네요.
스페인어로 사형집행인(verdugo)는 법에 따라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확장된 의미로는 악독한 지휘자 아래서 마구잡이로 선량한 민중을 대량 살상하는
잔인하고 난폭한 군인 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유럽 전역에서 중세 시대까지는 주로 교수형이나 참수형이 이루어졌지만
우리 문화에서 보던 참수 직전의 망나니 춤과 같은 의식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베트남어)
Tôi không cần hoàng tử, mà tôi cần một đao phủ sẽ cùng tôi múa điệu múa đao phủ cơ.
우리나라의 ‘망나니’와 정확히 일치하는 존재와 단어가 베트남에 있네요!
“đao phủ”는 사형집행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옛말로,
특수 도구(칼, 도끼 등)로 선고받은 죄인을 참수하는 방법의
사형 집행자라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어)
Aku bukan butuh pangeran, melainkan algojo yang mau menarikan tarian pedang bersamaku.
‘망나니’에 해당하는 인니어 단어는 ‘perusuh’
또는 ‘tukang onar’ 정도가 있겠는데요.
실제로 사형 집행을 업으로 삼은 ‘망나니’의 의미를 살려
옛말인 ‘Algojo’ 를 사용했습니다.
요즘 잘 쓰이지는 않는 옛 단어지만, 어둡고 비극적인 복수에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사진=더 글로리 공식 1차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뭐, 커서 만나니까 이판사판이다 이거야?”
-“큰일 나, 사라야. 이판사판은 원래 불교 용어야.”
복수를 위한 행보를 차근히 밟아나가는 동은.
가해자 중 한명인 사라와 조우하는 장면입니다.
극중 사라의 아버지는 개신교 목사이며,
그의 교회에서 만난 사라와 동은이 이런 대화를 나누죠.
불교문화의 유무에 따라 의역도 필요해 보이는 대사인데요.
어떻게 번역될 수 있을지 확인해볼까요?
(영어)
Because we aren’t children anymore, are you paying me back? A past karma?
- Watch what you say, Sara. Karma is buddhist term.
불교에 익숙하지 않은 영어문화권에서도
‘karma’ -업보라는 단어는 흔히 쓰이죠.
‘이판사판’을 그대로 직역하기 보다는 이 정도로 바꿔보면
대화의 뉘앙스를 살릴 수 있겠습니다.
(중국어)
怎么,你是觉得现在长大了就想来个鱼死网破么?
- 糟了莎拉,基督教信徒可不能这样说话。
중국에는 불교 문화의 영향을 받은, 불교에서 비롯된 어휘들이 많이 있지만,
‘이판사판理判事判’이라는 표현은 우리나라처럼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대신 ‘鱼死网破’ 라는 표현을 써보았는데요.
물고기도 죽고 그물도 찢어져서 쌍방이 함께 죽는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우리가 쓰는 이판사판이라는 말과 뜻이 통하는 듯 하네요.
(일본어)
なに、大人になって会ったら、もう捨て鉢だってこと?
- だめだよ、サラ。 捨て鉢はもともと仏教用語よ。
우리나라 말로 ‘이판사판’은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데요, 일본어로는
自暴自棄, やけになる (자포자기) 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대화에서 불교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이 핵심이므로
일본의 불교용어인 ‘捨て鉢’ 를 써서 표현해볼 수 있겠습니다.
버리는 공양그릇 - 자포자기한 승려가 사발 그릇을 버린 것에서 유래한 표현이라고 해요.
(스페인어)
Ahora que eres adulta, no te importa si es el nirvana o el infierno, ¿verdad?
- ¡Ay, mi Sara! Cuidado con lo que dices, estamos en la Casa de nuestro Dios.
스페인은 가톨릭 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공휴일의 과반수가 넘는 날이 가톨릭과 관련된 종교 축일일 정도인데요.
그럼에도, 지난해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불교 영화제’가 열린 이색적인 일이 있었다네요.
‘이판사판’의 의미, 그리고 대화의 맥락을 살려 스페인어로 의역해볼까요?
가톨릭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대화 속에 이교도적인 불교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독특한 상황,
그리고 다소의 비아냥이 뒤섞인 동은의 대사가 주는 느낌을 최대한 살려보았습니다.
“어른 되고 나니까, 열반에 드나 지옥불에 떨어지나 매 한가지라 이거야?”
“어머, 사라, 말 가려서 해. 여긴 하나님이 계시는 교회잖아.”
(베트남어)
Cậu bảo đành tuỳ duyên vì chúng ta đều đã lớn à?
- Cẩn thận cái miệng, Sara à. “Tuỳ duyên” là từ của đạo Phật mà.
불교는 베트남의 주요 종교 중의 하나로,
많은 인구는 아니지만 영적인 버팀목이 필요할 때
종종 절에 가는 베트남 사람들도 있다고 하네요.
‘tuỳ duyên’ - 운명에 따른다는 의미로, 불교의 운명론을 고려해 본 표현입니다.
베트남 사람과 대화할 때 ‘tuỳ duyên’ 이란 표현을 써 본다면,
아마 그는 바로 불교를 떠올릴 거예요!
(인도네시아어)
Karena kini kita sudah dewasa kau jadi masa bodoh, hah?!
- Jangan sembarangan ya, Sara! Ini Rumah Tuhan bukan sembarang tempat.
인도네시아는 지구상에서 이슬람 신자가 가장 많은 국가죠.
그렇지만 타 종교 역시 허용하며,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어요.
불교만의 용어는 인도네시아어 표현이 따로 없어서,
모든 종교를 묶을 수 있는 “신의 집, 성전” 이라는 표현을 쓰고,
성전 안에 있으니 심하게 말하지 말라는 정도로 의역해볼 수 있겠습니다.

(사진=더 글로리 공식 인물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근로소득세 내는 넌 모르는 종합소득세 내는 세계가 있단다.”
학교폭력으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뻔뻔하게 살아가고 있는,
양심의 가책이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는 듯한 가해자들.
미술품을 통한 탈세를 암시하는 그들의 대화 중 한 마디입니다.
특권계층의 입장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깔보는 뉘앙스를 품기는
이 한 마디는 어떻게 번역하면 그 맛을 살릴 수 있을까요?
(영어)
You only pay basic taxes so you have no idea about the lives of people in different tax brackets.
tax brackets의 경우 소득 구간별로 세율이 다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미국의 경우 연방 소득세는 7구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다른 세율로 세금을 내는 특권층의 삶,
the lives of people in different tax brackets 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중국어)
你这种小上班族是不会明白我们这些上层人的世界的。
중국에서는 종합소득세나 근로소득세에 해당하는 개념은 없다고 합니다.
너 같은 직장인 ‘上班族’은 우리 같은 상류층‘上层人’ 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지,
정도로 표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일본어)
勤労所得税を払う君には分からない総合所得税を払う世界があるのよ。
일본에도 소득세가 존재한다고 해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도 많아지는 누진과세를 적용하고 있는 일본.
일본의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는 각각 한자어로
‘勤労所得税’, ‘総合所得税’ 라고 합니다.
(스페인어)
Como tienes una miseria de sueldo, no sabes que hay gente que está en otra liga.
스페인에는 세금 체계가 하나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개인세와 법인세로만 분류된다고 하기에
세금의 명칭을 스페인어로 옮긴다면, 이 대사의 의미 전달이 되지 않겠죠?
따라서 ‘전혀 다른 세계’ 라는 표현을 써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르지 못할 수준을 전달해봤습니다.
‘네가 쥐꼬리만한 월급만 받아봐서 모르는 모양인데,
이 세상에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도 있단다.’
(베트남어)
Có một thế giới khác mà những người làm công ăn lương như cậu không biết được đâu.
베트남의 조세 제도엔 우리나라의 종합소득세에 해당하는 건 없고,
특권층을 일컫는 특별한 단어가 별도로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người giàu’ – 부자,
'người làm công ăn lương’ – 월급쟁이 정도로 표현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어)
Ada dunia perpajakan penghasilan umum yang tidak diketahui olehmu yang hanya membayar pajak penghasilan kerja.
인도네시아에는 급여생활자가 내는 근로소득세와,
특권계층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사업자가 내는 종합소득세라는 개념이 따로 있다고 해요.
따라서 이 경우에는 한국어 대사를 그대로 직역해도 느낌이 전달될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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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언어로
‘더 글로리’ 속 재밌는 대사들을
각 나라별 문화적 뉘앙스를 살려 소개해드렸습니다.
국내 유일의 ‘외국어 특성화’ 사이버대학교인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에는
단순히 언어 그 자체만을 교육하는 것이 아닌
어학, 문화, 문학, 지역학 등
각 언어권별 전반에 걸친 전문 지식 함양을 통해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영어학부, 중국어학부, 일본어학부, 한국어학부,
스페인어학부, 베트남·인도네시아학부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살아있는 언어교육을 제공하는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를 만나
차세대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 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