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먼 번역의 영역인 문학번역 -
번역자가 자신의 내적 경험을 독자에게 공감시켜려는 작업은 번역과정에서 내내 나타난다. 이런 번역과정은 주객이 함께 가는 공감의 추구 자체를 골자로 하여 정의될 수 있는 현상학적 문제의식으로의 성립이 가능하다. 작금의 AI트랜드 역시 현상학적 관심이 구조화되어 나타난다. 현상학적 관심은 포스트 모던 AI시대에는 구조적으로 나열되고 해체, 재구성되는 DB로 축적되어 AI방식의 테크놀로지를 통해 다시 구현된다. 이런 트랜드에서 인간의 의식적 관점이 투사되는 지적활동은 그 자체 귀한 경험 영역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정형화되기 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는 휴먼 번역의 영역인 문학번역은 인문적 의식이 현상학적으로 재구성되어 투사되는 공감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참가번호 003 영문번역자의 1장(독자에게 토미를 소개하다)과 2장(스미더스 씨가 위안을 찾는 방법)은 영문 번역문체가 살아있는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사투리 번역에서도 나름대로 옵션을 보여주는 점이 인상깊다. 006 영문번역자의 1장(- 토미)과 2장(- 스미더스의 분풀이)의 경우, 무난한 번역 흐름에 듬성듬성 나타나는 번역문체가 맛을 더해 주는 번역이다.
007 영문번역자의 1장(독자에게 토미를 소개하다)과 2장(스미더스의 화를 진정시켜 준 것)의 경우, 도입 페이지 문장이 우리말처럼 대명사 대신 인명을 그대로 살려쓰고 있어 번역문이 일상적 호흡에 맞게 자연스런 부분이 인상깊다. 전반적으로 우리말을 읽는 듯한 표현이 전개되고 있다.
이국적 소재를 우리에게 한적의 이미지가 강한 중국어로 된 콘텐츠에서 가져온다는 일이 이제는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번역문 역시 유려한 현대어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설명이 많은 번역문에서 문장의 긴밀 관계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세 번역자 모두 어려운 번역작업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도입부에서 문단을 좀 더 나누어 전체적인 파악을 해간 참가번호 001 중국어번역자가 유리한 옵션을 적용한 결과가 나타난 경우로 보인다. 002 중국어번역자의 경우 친근한 문체를 적용하려 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004 중국어번역자는 설명문에서도 존칭어를 사용해서 이국적인 상황에 대한 설정에 어울리는 점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어 번역은 주제와 관련된 어휘의 뜻을 독자에게 알리는 일이 중요한 번역으로 나타난다. 이 주제어가 고리간, 옹고집, 무작배기 등으로 각기 나타나며, 각주 또는 문장 바로 근처에 달아 설명하고 있기까지 하다. 세 작품 모두 무난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어와 한국어가 문장구조나 다른 여타의 유사성을 생각한다면 대입 단어의 뜻이 정확해지면 완벽한 번역 옵션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 옵션은 훌륭한 번역 옵션일 수 있다.
참가번호 004 번역자의 경우 각주 처리가 돋보인다. 006 번역자는 주처리를 가급적 문장 내에서 자연스럽게 처리하려 한 점이 돋보이는데 독자의 독서 흐름을 위한 배려로 생각된다. 009 일본어번역자의 경우, 옮긴이의 의견까지 제시하며, 문장 내 주처리를 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스페인어 번역은 별개의 두 작품이 지문이 나왔다. 참가번호 002 번역자는 ‘1. 세월이 가면’, ‘2. 라몬 논나토, 자살’로 제목을 달았고, 003 번역자는 ‘1.세월이 흐를 때’, ‘2.라몬 노나토, 자살하다.’로, 그리고 004 번역자는 ‘1. 흐르는 세월 속에’, ‘2. 라몬 논나토3), 어느 미생(未生)의 죽음’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첫 번째 지문(1 ~세월~)의 경우 설명문과 생생한 짧은 대화체가 잘 조화되어 나타나고 있고 설명문 자체에 예사로운 내용이 아닌 사색적인 심미감마저 나타난다. 따라서 도입부의 설명문 부분의 뜻을 잘 이해시키며 세련된 인상을 준 참가번호 002 번역자의 작품이 다른 지문(2. 라몬 논나토) 번역에서 조금 생경한 번역이 나타났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흐름이 좋았다. 003 번역자의 작품은 문장 착지에서 서술형이 아닌 명사형으로 끝내 사색의 묘미를 더해 주는 점이, 그리고 004 번역자의 작품은 두 번째 지문에서 제목에 주까지 달아 작품을 보편적 사색의 영역으로 끌어가는 점이 돋보였다.
다른 언어권은 모두 각기 세 번역자의 작품이 올라왔는데 베트남어의 경우 한 번역자의 번역물만이 올라왔다. 콘텐츠 내용이 풍자, 유머, 만담체적인 구성이라서 그런지 번역이 성기는 듯하면서도 의미를 에둘러 전달하는 발상이 돋보이는 문장들이 나타난다. 평가 이전에 텍스트 원문과 번역문 사이의 문체감각이 흥미있게 생각되는 번역과정이 상상되는 번역이다. ‘쏘도 Ⅰ. 수안덕도의 애정운세 민 + 반 = 반민! 포도안 부인의 연민심’이라는 부제 등을 포함한 긴 제목으로 번역한 001 번역자의 작품은 이해와 전달에서 다른 언어권 등과 비교해서 독보적인 인상을 주고 있다.
역시 전달에 어려운 표현 등이 많은데 주를 각주로 처리하지 않고 아예 문미의 미주로 빼서 언어가 갖는 이국적 뉘앙스로 직접 이해시키려는 배짱 역시 돋보인다.
끝으로, ‘천국에서 온 엽서’라는 공통적인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는 인도네시아어 번역의 경우, 번역문이 비교적 짧게 나오기는 했지만 한 호흡의 지문으로 기승전결의 사건을 담고 있다.
002 인도네시아어 번역자의 번역은 다소 일부를 빼고 말끔히 편집된 전체적인 문장 편집이 돋보였다. 005 인도네시아어 번역자의 경우, 인물의 도입에서 사람들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잘 드러나도록 인명을 직접 사용한 점과 우리말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친절한 의성어 사용 등이 돋보였다. 이 유리한 번역 옵션이 일부 생경한 부분을 잘 커버해 주고 있기까지 하다. 세 번째 참가번호 006 인도네시아어 번역자의 번역의 경우, 긴 설명체 부분이 뭔가 친절한 액센트가 필요해 보이기는 하지만 역시 전반적으로 무난한 번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한국번역가협회 회장 이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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